<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인기가 절정에 도달했다. 평균 다운로드 횟수 6백만. 이 횟수가 곧 6백만명의 청취자를 의미한다고 볼 순 없지만, 적어도 그에 근접한 사람들이 이 방송을 듣는다고 해석할 순 있을 것이다. 공중파 프로그램도 얻기 힘든, 뜨거운 인기다. 이 정도면 '현상'이라는 명칭을 붙여도 무리는 아닐 터.
이렇게 <나꼼수>가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면서 <나꼼수>(현상)에 대한 비판들이 제기되었다. 그러자 즉각 반발이 일어났다. <나꼼수>의 출연자나 일부 팬들이 비판자에게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기 시작한 것. 물론 이런 '반발'은 일정 정도 이상의 인기를 얻은 인물이나 사물에 대한 비판에는 늘 벌어지는 현상이기에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꼼수>가 "어떤 말을 해도 된다"1)는 자유주의적 입장을 누누이 피력한 바, 그러한 방송의 팬들이 강도와 양에서 상당히 지나친 비난을 퍼부은 것은 예상 여부를 떠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리하여 사안은 <나꼼수>에 대한 비판보다, 비판자들과 일부 팬들의 대결 양상으로 넘어갔다. 특히 이런 양상은 진보진영의 비판자들에게 집중되어 나타났다. 그런데 <나꼼수> 출연자였던 정봉주가 수감되자 팬들의 감정이 격앙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따라서 나는 <나꼼수>라는 음모론적 방송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하면서, 일부 <나꼼수> 팬들의 비난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지적하려 한다. 잘못된 분노는 언제나 애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꼼수>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내정하고 있다. 그건 <나꼼수>가 지닌 음모론적 성격 때문이다. 이것은 <나꼼수>가 결국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사건의 면모를 밝히는 과정에서 추측이 전혀 의미없는 사고과정은 아니다. 하지만 음모론에서 추측은 사건의 정황을 살펴 결론을 이끌어내기보다, 결론을 정해놓고 그에 맞는 정황을 선택하는 혐의가 짙다. 결국 음모론은 어떤 사건들의 원인들을 하나의 강력한 요소로 환원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모론은 대개 타인의 이익을 제한하고 그것을 제 이익으로 만드는 ‘사악한 주체’를 등장시키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모론에서는 사실 인물들 간의 단순한 역학관계나 사건의 정황에 대한 소개가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음모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사악한 주체’의 악마성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사악한 주체'가 한 번 자리매김하면, 사소한 정황도 중요한 근거로 둔갑한다.) 가령 인천공항 민영화와 관련해서 골드만삭스가 인수한 맥쿼리-IMM자산운용의 대표가 MB의 조카인 이지형이라는 사실을 소개하는 것은 음모론을 완성하지 못한다. MB가 막대한 사적 이익을 챙기기 위하여 인천공항을 민영화할 인물이라는 인식이 음모론을 완성하는 핵심인 것이다.
말하자면 <나꼼수>의 가장 기본이 되는 명제는 MB(-여당–검찰-삼성)으로 이어지는 ‘기득권 세력’을 설정하고, 그 기득권 세력이 체계적으로 "사사롭기만"2) 한 이득을 쫓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꼼수>에서 사실 중요한 에피소드는 '보신탕집 일화'처럼, 마치 소품처럼 보이는 일화들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경제적 실리만을 챙기는 '쪼잔한' MB의 성격을 설정하거나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사실 <나꼼수>가, MB의 정치 행보 과정에서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되었고 특검까지 운용된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시작된 것은 의미하는 바가 있다. BBK 주가조작 사건이야말로, MB를 '사악한 주체'로 만들기에 제격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 방송에서 자칭 'BBK 전문가' 정봉주는, MB가 주가조작에 연루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여러 증거들은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MB가 주가조작을 했다고 추측할 수 있을 만한 정황들만을 소개한다. 이것은 당연히 [BBK 총정리]라는 부제에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진중권의 말대로) 이미 특검에서 검증된 의혹들에서 별로 나아간 것도 없다. 그러나 방송의 음모론 안에서 BBK 주가조작 사건은 의심할 필요도 없이 MB가 저지른 짓이며, 따라서 그가 '사악한 주체'임이 확실히 입증되고야 만다.
문제는 이러한 음모론이 맹신될 때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피해들과, 폭력적으로 무시되는 사건의 면모다. 가령 <나꼼수>의 출연자들이나, 일부 팬들은 대법원의 정봉주 유죄 판결을 MB와 사법부가 야합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꼼수>에서 다루는 대로 MB가 정말 그토록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제 이익을 쫓는 악마라면, 그리고 사법부의 판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면 정봉주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MB와 측근들이 정봉주의 유죄판결을 이끌어냈다면, 그들은 정치적 상상력이 전혀 없는 인간들이어야 한다. 당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봉주의 유죄판결은 외려 사법부의 독립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는 증거지 그 반대가 아니다. 판결을 내린 이상훈 대법관에 대한 비난도 마찬가지다. 이상훈 대법관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분신'으로 불릴 만큼 그와 가깝고, 동생인 이광범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창설 멤버이며, <PD수첩> 판결에서 무죄(2심)를 선고한 판사이기 때문에 보수진영에서는 '좌파'로 경계해왔다. 이런 내력은 그가 정봉주의 유죄 판결로 인해 정치판사라 부르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보여준다. 하지만, 이처럼 부실한 근거들에도 오로지 저 ‘기득권’에 대한 강한 추측 때문에 해당 사건에서 MB와 이상훈 대법관(을 비롯한 사법부)는 강도높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현안들에선 당연히 MB도 피해자다. 이상훈 대법관이나 사법부까진 말할 것도 없다.이처럼 <나꼼수>의 음모론은 문제의 다양하고 세세한 원인들을 MB라는 개인(으로 대표되는 기득권세력) 하나로 환원해버리고 만다. 이런 점에서 흥미로운 발언이 진행자 김어준의 “노무현과 이명박의 FTA는 다르다”는 말이다. 김어준이 밝히는 그 차이점은 해괴하기 짝이 없다. "세계금융위기를 통해 이미 명백하게 확인된 신자유주의의 폐해와 그로 인한 세계사적 성찰.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항의 FTA를 추진하고자 하는 의도 그 자체." 3)가 다르다는 것이다. 국가의 모든 정책에는 ‘선한 목적’이 있기 마련인데, 김어준은 노무현의 정책에는 그 선한 목적을 언급하고 이명박의 정책에는 다시 음모론을 끌어온다. 즉, <나꼼수>의 틀 안에서 중요한 것은 정책 그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꼼수>가 지닌 한계도 보다 명확해진다. 그러니까 <나꼼수>는 무능력하다. 음모론자들은 스스로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그 본질을 마주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음모론이야말로 사건의 본질에서 멀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꼼수>는 2011년 중순에 벌어진 곽노현 교육감 사태를 ‘기득권’ 세력, 즉 MB와 그의 하수인격인 검찰이 곽노현에게 유죄란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 벌인 일이라 설명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단일화된 후보 사이에 돈이 오고 간 정황이 있다면 조사하는 것이 검찰의 업무일 것이며, 또한 공리에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나꼼수>는 '사악한 MB'와 ‘하수인 검찰’ 그리고 ‘삼성을 비판한 곽노현, 청렴결백한 곽노현, 맑은 눈을 가진 곽노현’ 이야기를 차례대로 언급한다. 이것이 사건의 이면이고, 본질이란 말인가? <나꼼수>는 이렇게 무능력할뿐더러, 어떤 조작된 이미지를 통하여 피해자를 양산해내기도 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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